그런데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할 것인바,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원심이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사고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은 채로 피고인에게 다가온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곧바로 사고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 현장에서는 보이지도 아니하는 위 슈퍼마켓으로 갔는바, 당시 피고인의 승용차는 강력한 충격으로 말미암아 폐차 지경에 이를 정도로 손괴되어 엔진 부분에서 연기가 나오고 바로 불꽃이 났으며 승용차 전면 하반부에서 윤활유가 나와 길바닥에 흐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차량도 그 파손의 정도가 매우 심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자 공소외 1과 공소외 3은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상해를 입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들이 사상을 당하였으리라는 사정이나 당시의 현장 상황이 매우 급박하였다는 사정을 능히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마땅히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하고,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심의 설시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당시에 피해자들에게 특별한 외상이 없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이러한 의무가 면하여 질 수 없는 것임은 물론이며, 나아가 피고인이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다시 음주를 하였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를 내세워 피고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위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사고 현장을 이탈함에 있어서 스스로 피해자에게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알려준 바가 전혀 없으며, 심지어는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 온 후에도 피고인의 승용차가 추돌을 당한 사실을 들먹이면서 자신이 이 사건 사고의 야기자가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피고인이 당한 종전의 추돌 사고를 우연히 목격한 바 있었던 피해자 공소외 1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고인이 말하는 사고는 이 사건 사고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의 야기자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지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이미 출동한 119대원과 경찰은 이 사건 사고를 수습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음주 후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없는 상태는 여전히 계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의 승용차 안에 피고인의 지갑,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이 그대로 있었다고 하여(그것도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달리 볼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제1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여 제1심 법원은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고, 피고인은 이러한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함에 있어서도 그 항소이유로 심신장애 주장과 양형부당 주장만을 내세웠던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필경 도주차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