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심의 판시와 같이 대구시장으로부터 사고 현장 복구 업무를 위임받은 피고인 B로서는 위와 같이 실종자 유가족들과의 간담회에서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후에는 사고 현장에 피해자들의 유류품 등이 남아 있을 수 있고, 이를 수거하여 버리는 때에는 유류품 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그로 인하여 증거인멸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용인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종자 유가족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될 당시에는 이미 이 사건 사고의 규모가 어느 정도 밝혀져 있었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까지 표명한 피고인 B로서는 이 사건 지하철 사고로 인한 형사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동기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청소 작업 장소인 지하 3층의 선로와 승강장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소 작업 이전에 이미 2차례에 걸쳐 경찰병력 등에 의하여 유류품 수거 등의 수색이 이루어졌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현장감식도 2차례에 걸쳐 종료되었고, 더욱이 청소 작업이 실시되기 전에 미리 언론을 통하여 사고 현장을 청소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보도가 되었으며 대구지하철공사에서도 군병력을 동원한 청소 작업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였으나 이 사건 청소 작업 시작 전에는 물론, 청소 작업이 마무리 되어가던 2. 19. 16:00경 이후에도 수사기관으로부터 현장의 청소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의가 없었다는 것이므로, 위 청소 작업 당시 위 피고인으로서는 수사차원에서의 증거수집이나 현장보존 등은 대강 마무리 되어 이 사건 청소 작업에 대한 수사기관의 승낙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그 다음 단계로서는 대구시장 등 관계 기관이 결정한 바에 따라 대구지하철의 신속한 재개를 위해서는 사고 현장 수습과 지하철 시설의 복구가 긴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에서 청소 작업을 지시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이 사건 청소 작업 시작 전에 군병력이나 H 등 지하철공사 직원들에게 청소 작업 중 사체의 일부나 유류품이 발견되면 바로 지휘관 등에게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고(그러나 결국 아무런 유류품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2. 19. 16:00경 대구시장, 대구지방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대구광역시 통합방위협의회 임시회의에서도 군병력에 의한 청소 작업이 진행중이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청소 작업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고 다만, 유류품이 나오면 경찰에 인계하라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청소 작업에 있어서 유류품의 발견·수집 등은 상당히 강조되고 중요시되고 있었던 것이지 유류품을 인멸하거나 은닉하려는 의도에서, 또는 그러한 의도로 가공되어 이 사건 청소 작업이 행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청소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시간 중에 실종자 유족들로부터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위 피고인이 즉각 청소 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하지 아니하였고 수사기관과 협의하거나 확인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 피고인에게 그러한 청소 작업으로 인하여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원심이 인정한 피고인 B가 대구시장에게 사고 현장을 청소하는 데 경찰의 동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허위 보고하였다는 점은 원심이 판시한 증거인멸의 범의가 발현되기 전의 정황에 불과하고, 또한, 청소 작업을 마친 포대에서 피해자들의 유류품 등이 발견되었다는 사실 등은 단순히 청소 작업으로 인한 결과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그와 같은 사실들은 피고인이 증거인멸이라는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였다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이 되지 못한다).
이와 달리, 원심이 들고 있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 B에게 증거인멸이라는 범죄사실의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인멸죄의 주관적 요건인 미필적 고의에 관하여 채증법칙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의 증거인멸죄에 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