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범의의 존부에 대하여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 중 먼저 피해자의 진술을 살펴보면, 피해자는 당시 뒤쪽에서 오는 차량의 불빛을 보고 공터로 피하였으나 피고인이 갑자기 승용차로 피해자를 충격한 다음 차에서 내려 “괜찮아요”라는 말을 하자마자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한편, 피해자가 계속하여 소리를 지르자 피해자의 입을 막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손가락을 깨물자 다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렸으며, 그 후 피해자가 신발이 벗겨진 채로 근처 좌측에 있는 언덕길로 뛰면서 도망가자, 피고인은 다시 승용차를 운전하여 피해자를 쫓아 언덕길을 오르려고 하면서 다시 한번 피해자를 들이받고, 피해자가 언덕으로 기어 도망하고 차량이 언덕길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되자 후진하면서 방향을 바꾸어 골목길을 빠져나가 마석방면으로 도망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공판기록 245 내지 253면), 또한 사고장소 부근에서 거주하던공소외 3은 주거지의 창문을 통하여 승용차가 언덕으로 뛰어올라오는 피해자를 충격하는 것을 목격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를 안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다음 뺑소니 사고라는 취지로 112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공판기록 117, 120면).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입을 막는 행동을 하였다는 것일뿐, 강간 범의를 가진 자가 일반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려 한다든가 다른 신체부위를 만진다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고, 나아가 피해자를 승용차 안으로 끌고 가려는 행동도 없었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피고인의 구체적인 행위 태양 및 객관적 상황에 관한 피해자와공소외 3의 각 진술은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직접 부합하는 증거가 될 수 없고, 그 밖에 제1심의 검증조서, 피해자에 대한 소견서 및 진단서가 있으나, 이것만을 가지고도 피고인에게 강간 범의가 있었음을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인은 2006. 4. 15. 저녁 무렵 매형과 함께 마석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3병을, 근처에 있는 노래방에서 소주 1병 등을 마시고 도우미 2명을 불러서 1시간 정도 유흥을 즐기다가 2006. 4. 15. 22:00경 노래방에서 나와 매형의 집에 가기 위해 각자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하는 과정에서 당시 술에 많이 취한 피고인이 위 골목길에 진입한 다음 미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러한 사정 역시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운전자가 과실로 피해자를 충격하였다면 바로 하차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호조치를 취하거나 도주하는 것이 보통임에도 피고인은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를 피하여 도망가는 피해자를 다시 승용차로 쫓아가 충격한 것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그 밖에 피고인의 사건 당일의 행적 및 범행 전력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갈 수 있으나,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 외에는 강간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 직접증거가 하나도 없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한 이상, 원심으로서는 과연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차량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충격한 것인지에 대하여 좀 더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인에 대한 강간 범의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만연히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강간 범의를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