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9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고서도 피해자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현장을 이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현장을 떠난 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구급차에 의하여 후송되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는 사고 직후 피고인에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피해자의 딸(당시 2세)이 이 사건 사고로 다쳐 울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도 피해자들을 병원으로 급히 호송해야 할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피해자의 딸은 이 사건 사고로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의 상해를 입게 되었고, 피해자 부부도 각각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 및 요추 염좌상 등’의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투약 등 치료를 받았으며 피해자의 차량도 약 38만 원의 수리비가 소요될 정도의 물적 피해를 입었던 점, 이미 견인차량이 도착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면서까지 직접 차량을 이동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현장에서 이탈한 뒤 약 20분이 지나 사고장소에 되돌아오다가 만난 경찰관에게 자신의 운전사실을 부인하면서 “성명불상의 대리운전기사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뒤 도망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일 작성된 교통사고발생보고서(수사기록 17면)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자신의 운전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설시한 다른 여러 사정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두고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의 병원 이송 및 경찰관의 사고현장 도착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으므로, 비록 그 후 피해자가 구급차로 호송되어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고운전자인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설령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건네주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떠날 당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