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고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위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도2396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사고 결과 피해차량인 택시의 뒷범퍼가 미미하게 탈착된 데 그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교통사고는 매우 경미한 추돌사고라고 보여지고, 피해자는 사고 당시 신호대기를 위하여 택시를 정차하고 있다가 뒤에서 충격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고 후 어디를 다쳤는지는 모르고 정신만이 몽롱한 상태였을 뿐이며, 파출소에서는 진단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였다가 다시 경찰서에서는 아픈 데가 없어서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담당경찰관이 그 제출을 종용하므로 병원에서 이를 발급받아서 제출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인 공소외 2는 피해자가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여 다른 객관적인 자료 없이 진단서를 발급하였고, 통상적으로 통증을 이유로 진단서를 발급하는 경우 주사와 약물 및 물리치료를 하는데 피해자는 위 진단서를 발급받을 당시 주사 및 물리치료는 받지 않고 약만 받아간 이후 병원에서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었다는 요추부 통증은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고 보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피해자는 아무런 치료를 받은 일이 없으므로, 그와 같은 단순한 통증으로 인하여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왔다거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려워서 이를 형법상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이 분명하고, 그 밖에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위 사고로 인하여 어떠한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비록 위 사고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위 도주운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위 행위를 위 도주운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위 법률이 정하는 도주운전죄에 있어서의 상해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변호인의 상고논지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