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은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 자백진술(피고인의 진술 취지는 피고인이 사고장소에서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돌한 느낌을 받았으나 사람을 충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일 살펴보지 하는 생각에 그냥 집으로 갔다는 것이므로 제1심 법원이 피고인이 공소사실 전부를 자백하였다고 보아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한 조치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나, 앞서 살핀 법리에 의하면 그와 같은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도주의사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자백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87. 4. 14. 선고 87도317 판결, 1999. 1. 15. 선고 98도260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고 당일 저녁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셨고, 음주운전단속을 회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사고장소인 농로를 선택하여 운전하였는데 회식장소로부터 사고장소까지의 운전거리는 기록상 나타나지 않으나 사고장소로부터 약 5㎞ 이상의 거리인 집까지 운전한 사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인의 차량 우측 전조등 부분이 완전 파손되었고, 우측 앞범퍼 부분도 충격에 의하여 밀려들어가 차체와 사이가 벌어져 있는 사실, 피고인은 경찰조사시에 피고인이 음주운전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사고장소인 농로로 진행한 사실과 사고 후 계속 진행하다가 차량이 진흙탕에 빠져 피고인 회사의 견인차량을 불러 차량을 뺀 사실 등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고, 사고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하면서도 차량이 진흙탕에 빠진 곳이 사고장소로부터 약 5㎞ 떨어진 곳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은 사실관계라면 사고당시 비바람이 심한 야간이었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당시 소주 2홉들이 2병을 마신 상태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중 2회에 걸쳐 차량의 바퀴가 진흙탕과 모래밭에 빠진 사실이 있다 하여도 피고인이 당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이 사고장소에서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격한 사실을 알았다는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진술은 합리성을 의심할 부분이 없고, 그 자백의 동기나 이유에 대한 특별한 사유도 찾아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이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증언과 피고인이 사고 다음날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하였다는 점만으로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사고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하여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 원심은 공소외 2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 부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공소외 2는 이 사건 사고의 직접 목격자이고, 비록 피해자의 남편이나 그 진술내용에 불합리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사고현장은 비가 오는 야간이고 어두운 농로인데다가 사고 후 리어카와 피해자는 그 아래 배수로에 떨어져 있었으므로 만약 공소외 2가 사고의 충격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면 사고 즉시 피해자를 찾아 사고신고(사고시간 1시간 후인 21:10경에 신고함, 수사기록 5면)를 하지 못하였을 것이므로 공소외 2가 사고현장에서 사고의 충격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이고, 그렇다면 사고차량이 잠시 멈칫하더니 속력을 내어 달려갔다는 공소외 2의 진술은 피고인의 도주의사를 인정하는 충분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증거로 받아들인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증언은 피고인이 사고 직후 계속 차량을 운행하다가 차량 좌측 바퀴가 진흙탕에 빠졌을 때 피고인 회사 소속 공소외 3 운전의 견인차량을 불러 차를 빼냈고, 계속 차량을 운전하다가 다시 모래밭에 차량 우측 바퀴가 빠졌을 때 피고인 회사 소속 공소외 4 운전의 견인차량을 불러 차를 빼낸 사실, 피고인이 그 다음날 평소와 다름없이 피고인 차량을 운전하여 회사로 출근한 후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것인바,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증언은 그 진실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을 뿐더러(피고인은 경찰 진술시 사고지점으로부터 5㎞ 지난 지점의 흙탕길에 차가 빠졌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 진술시 사고지점 3㎞ 지난 지점의 흙탕길과 5㎞ 지난 지점의 모래밭에 차가 2번 빠졌다고 진술하고 있어 만취상태의 운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차량의 견인회수를 2회로 허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고, 또한 당초 차량을 견인한 공소외 3이 다시 되돌아간 시각은 공소외 3의 진술에 의하면 사고 당일 21:20경으로 추측되는데 피고인이 차량이 다시 빠지자 불과 30분 뒤인 21:50경에 공소외 3에게 다시 전화하지 아니하고 공소외 4에게 전화를 하였다는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 가사 공소외 3, 공소외 4의 증언내용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진술과 공소외 2의 진술에 그 신빙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