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피해자가 주행 중 차량에서 갑자기 하차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는 교통사고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의 과실의 점에 관하여도 아울러 판단해 보기로 한다. 여기서는 동승자의 하차와 운전자의 주의의무의 관계가 문제 된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7호에서는 운전자는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려서는 아니 되며, 동승자가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위 제7호의 규정의 전단 부분이 운전자 본인 스스로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려서는 아니 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한 것과의 전후 문맥상 위 규정의 후단 부분에서는 동승자가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리는 행위를 포함하여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할 일반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전자의 의사와는 전적으로 무관하게 주행 중인 차량에서 뛰어내리는 행위까지 운전자에게 방지할 책임을 지우거나 승차자가 차의 진행 중에 개문 하차할 것을 예상하여 승차자의 동정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할 것이고(대법원 1977. 6. 28. 선고 77도52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승객의 요청으로 정차하려고 하는 순간 정차도 하기 전에 갑자기 뛰어내린 경우에 있어서도 운전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울 수는 없을 것임은 물론이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2도1925 판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매계약 해지 및 공소외 1 등으로부터의 차용금 변제 독촉을 피하고자 피해자를 설득하여 위 부동산의 일부라도 개발하여 매매계약을 유지해야 할 상황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위 부동산의 일부 개발을 반대하면서 피고인의 계속적인 채무불이행 등을 사유로 매매계약을 해지할 생각이었으므로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대화나 만남을 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설 연휴 직전인 사고 발생일 피해자와의 만남을 통하여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반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잠깐동안 만날 것을 예상하고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피고인을 만났던 점, 피고인은 승용차 안에서 피해자에게 “매매계약을 해지하지 마라, 일부 토지에 대한 개발을 먼저 시작하자”는 취지로 설득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계속 거절을 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차량 내의 분위기는 적어도 그다지 원만한 것이 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신공항톨게이트를 통과한 이후 소주를 마시자, 피해자는 소주병을 빼앗으려 하였고, 피고인은 안 뺏기려고 하다가 소주병을 피해자에게 빼앗겼다는 것인바, 피해자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위험한 행동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면서 피고인의 행동을 만류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와 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피해자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하여서는 속히 집에 돌아가거나 더 이상 피고인 차량 내에 머물기를 원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한 이후 피해자가 하차를 요구하자 피고인은 이 사건 하차지점 직전에 위치한 영종대교 기념관에서 피고인을 하차시켜 줄 것을 약속하였다가, 영종대교 기념관으로 진입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직진하자 피해자는 차량에서 내려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그제서야 피고인도 이에 동의하여 피해자를 차량에서 내려주려고 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7호의 해석상 운전자는 동승자가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리는 행위를 포함하여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할 일반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고 직전 차량 내의 특수한 제반 여건과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분위기, 각자의 의사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당시 태세는 피고인과 차량 내에서 더 이상 머물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하시라도 기회가 되면 즉시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감지한 운전자인 피고인으로서는 아예 그런 험악한 상황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든가, 아니면 피해자를 설득하여 하차와 귀가를 위하여 안심을 시키든가, 실제로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안전한 장소에 피해자를 내려주든가 하는 조치를 함으로써 동승자가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임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안전한 곳에 내려주지 아니하고 그대로 영종도 방향으로 진행한 과실이 있다. 더 나아가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갓길에 정차 또는 주차시키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고속도로 등에서 차를 정차하거나 주차시켜서는 아니 되는데(도로교통법 제64조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정차가 금지된 갓길에 피해자를 하차시킬 것을 전제로 고속도로 상에서 속도를 낮춘 행위는 그 자체로서 피해자로 하여금 위험한 고속도로 상에서 차량으로부터 뛰어내릴 빌미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그 허물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된다.
즉 이 사건의 특수성상 피고인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7호에 정하는 바에 따라 동승자를 안전한 장소에 하차시키는 등 동승자가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하면서도 도로교통법 제64조에 따라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바, 비록 주행 중 차량에서 서둘러 하차한 피해자의 과실도 분명히 인정되기는 하지만 이러한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도 피해자의 과실에 경합하는 원인이 되어 동승한 피해자가 하차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볼 수 있고, 이처럼 하차로 인한 피해자 상해 교통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인정되는 바라면 더 나아가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를 구호할 법률상 의무가 당연히 인정될 여지가 있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구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한 이후 후행 차량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하여도 유기치사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