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형의 결정: 징역 5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교차로는 초등학교 후문 바로 앞에 있어 어린이의 통행이 빈번한 도로로, 신호등이나 차도와 구분되는 인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운전자의 주의가 더욱 요구되는 곳이다. 피고인은 사고 발생 장소 근처에 거주하면서 위 교차로를 자주 통행하여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128%의 주취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여 그곳을 진행하다가 그 앞을 걸어가던 9세의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차량 앞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것을 보고도 피해자가 있는 방향으로 위험하게 좌회전을 하여 피해자를 충격하고 2회에 걸쳐 피해자를 역과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후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 현장 앞 주거지에 주차를 한 뒤 현장에 돌아왔는데,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피고인이 현장을 이탈한 사이 피해자에게 2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이 교차로 앞에서 감속한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면서 교차로를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끔찍한 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생명을 잃었다. 어린 아들이 낮에 초등학교 앞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의 유족들은 헤아릴 수 없는 충격과 고통, 슬픔에 시달리고 있고, 이 사건과 같은 음주운전 사고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누구보다 더 간절히 바라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 사건 이전부터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고 그러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 왔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 사회인이라면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사회적 해악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음주운전 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운전이나 음주가 그 자체로 일상적인 행위이고, 특별히 범죄전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술을 마셨지만 조심해서 운전하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는 안일하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음주운전의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도 이 사건 이전까지 아무런 범죄전력 없이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실한 사회구성원으로 지내 오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피고인은 평소와 같이 집에서 술을 곁들여 점심식사를 하고 낮잠을 자던 중 자녀가 갑자기 학원에 데려다 달라며 깨우자 운전대를 잡았다. 피고인은 술을 마신 지 2시간가량 지났고 잠도 잤으며 거리가 가까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자신의 자녀를 태우고 운전하였고 사고 전까지는 좁은 골목길을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전하였던 점은 인정되나, 앞서 본 사고 경위나 사고 후 정황,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는 음주로 인해 피고인의 판단력, 주의력, 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야기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교차로에 이르러 감속한 피고인이 정면에서 걸어가는 피해자를 보고서도 피해자에 그렇게 근접하여 좌회전을 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이처럼 음주운전은 운전자가 본인의 생각이나 예상과 달리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그 결과 다른 사람의 사상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이러한 점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을 엄히 처벌하여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을 근절할 필요가 크다.
한편 이러한 일반예방의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양형은 피고인 개인의 죄책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하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1이 2018. 12. 18. 개정되어 법정형이 상향되었고(치사의 경우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위험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2020.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위험운전 치사 범죄의 권고형의 범위는 기본영역이 2~5년이다. 또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를 가중처벌하기 위해 2019. 12. 24.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3이 신설되었고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2023.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범죄의 권고형의 범위는 기본영역이 2~5년이다. 피고인에게 위 각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를 상향할 특별양형인자는 존재하지 않고, 일반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등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사유의 존재)가 있지만, 감경요소(종합보험, 반성, 초범)도 여럿 존재한다.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은 그 양형기준 시행 전에 기소된 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양형기준들이 최근 법이 개정된 취지(처벌 강화)를 고려하고 종전의 양형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여 국민의 건전한 인식을 반영한 규범적 조정을 거쳐 새롭게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위 각 권고형의 범위를 이 사건의 양형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이 사건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한편 피고인은 사죄의 뜻을 밝히며 피해자의 유족에게 상당한 금액을 공탁하였다(원심에서 3억 5,000만 원을 공탁하고 당심에서도 1억 5,000만 원을 추가로 공탁하였다). 그런데 피해자의 일실수입 등 손해는 위 공탁금이 아니더라도 종합보험을 통해 상당 부분 보전될 것으로 보이고, 유족이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음을 강하게 밝히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이상 재산범죄도 아닌 이 사건에 있어 위 공탁 사실은 양형에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은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고 결과적으로 그들뿐만 아니라 본인과 자신의 가족들의 삶까지도 망쳐놓았는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하면서 반성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이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견고하고, 피고인의 범죄전력 등을 고려할 때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보인다. 피고인은 현재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고 구금기간 중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건강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이 사건 범행의 동기, 경위, 결과, 범죄 후 정황, 피해자 유족의 의사,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과 처단형 및 양형기준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환경, 성행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