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작성한 위 진술서에 기재한 내용은 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을 통하여 이미 알려진 내용에다 부가하여 의학적인 설명을 기재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의료법상 보호되는 비밀로 볼 수 없으며, 설사 비밀에 속한다 하더라도 위 진술서는공소외 2를 통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었고공소외 2는 이미 그 기재 내용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진술서 교부행위는 비밀의 '누설'에 해당하지도 않거니와 비밀 누설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위 진술서의 기재 내용이 의료법상 보호되는 비밀에 해당하는가 살핀다.
무릇 '비밀'이란 일반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사실로서 그것이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말한다. 과연 어떤 사실이 법률상 보호되는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통상은 객관적으로 보아 그것을 보호해 줄 만한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겠지만, 본인이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금한 경우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이 '의료에 있어서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정확하고 적절한 진료를 위한 필수적 전제가 되는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되는 비밀을 유지할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직업윤리를 의무화하여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의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비밀이란, 의사가 환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진료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로서, 객관적으로 보아 환자에게 이익이 되거나 또는 환자가 특별히 누설을 금하여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의 진술서보다 먼저 2002. 12. 27. 법원에 보낸 사실조회서에는공소외 1에 대하여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고 처녀막 파열은 안 되었으나 처녀막 6시와 9시 방향에 오래된 틈이 보이고 12시 방향에 피멍(점같이 보였음)이 보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비하여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위 범죄사실로서 인정한 바와 같이 '상처 자체는 경한 것으로서 자연치유가 될 정도였고, 오래된 틈은 이번에 입은 상처가 아니라는 뜻이며, 피멍은 1밀리 정도 되는 미세한 멍자국으로 일반적으로 강간사건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특이적인 사항'이라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피고인이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들로서 이를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공소외 1에게 명예나 수치심 등 인격적 측면에서 이익이 되는 사실들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나아가 비록 피고인의 위 진술서의 취지가 그보다 앞선 사실조회서의 내용을 보충 설명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단순한 용어설명의 정도를 넘어서 환자의 신뢰를 토대로 직접 진료한 의사가 아니면 덧붙여 밝힐 수 없는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내용과 그에 대한 의학적 소견 등 새로운 사항들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는 그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밝혀지지 아니하였던공소외 1에 대한 진료상의 비밀로서 보호할 만한 이익과 가치가 있는 사실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함이 상당하다.
둘째로, 피고인이 위 진술서를공소외 2에게 교부한 것이 비밀의 '누설'에 해당하는지 살핀다. 비밀의 '누설'이란 비밀을 모르는 제3자에게 이를 고지하는 것을 말하는바, 위공소외 2가 이미 법원의 재판기록 열람을 통하여 사실조회서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사실조회서의 내용에 덧붙인 새로운 사항들이 담겨 있는 진술서를공소외 2에게 교부한 행위는 새로 추가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나아가 피고인이 당시 재판기일이 촉박하다는 변호사의 연락을 받고 법원에 제출할 의사로써 진술서를 작성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적법한 요청이나 절차를 따르지 아니한 채 제3자인공소외 2의 부탁을 받고 위공소외 1의 의료상 비밀이 기재되어 있는 진술서를공소외 2에게 직접 교부한 이상, 이는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에 해당함과 아울러 그에 대한 인식 즉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하기에 넉넉하다.
따라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무죄부분에 대한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