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1호는 "제17조를 위반하여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고, 자본시장법 제17조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아니하고는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프로그램을 판매하면서 기본 설정값을 제공한 것만으로도 사용자들에게 주식을 자동으로 매매하는 과정에 전자적인 방식으로 투자자문을 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피고인의 행위가 ‘투자자문업’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법규정의 문언이나 조문의 배열·형식, 특히 형벌법규는 어떠한 행위가 범죄로 되고 또 어떤 형벌이 과하여지는지 명확하여야 하며, 그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도36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 법규상의 ‘자문(諮問)’에 대한 국어사전상 개념은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이라고 정의되는데, 이러한 자문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이나 행위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행해지는 자동화된 매매거래시스템 자체를 가리켜 ‘자문’이란 용어로 선뜻 대입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대법원판례의 흐름에 의하면, 가령 구 저작권법이 ‘전송’을 규율하기 이전에 ‘배포’라는 법규상의 용어만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MP3 파일을 다른 P2P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손쉽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컴퓨터 내의 공유폴더에 담아두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를 ‘유형물의 고정’을 전제로 하는 ‘배포’의 개념에 포섭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5도872 판결) 등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디지털 영역에서 자동화된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에 대하여 기존의 유형물이나 인간의 개별행위 등을 전제로 하는 법규상의 용어에 함부로 포섭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는 것이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다.
또한 자본시장법 제7조 제3항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행 또는 송신되고, 불특정 다수인이 수시로 구입 또는 수신할 수 있는 간행물·출판물·통신물 또는 방송 등을 통하여 조언을 하는 경우에는 투자자문업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제101조 제1항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여 발행되는 간행물, 전자우편 등에 의하여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 또는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관한 조언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업(이하 이 조에서 ‘유사투자자문업’이라 한다)으로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서식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제449조 제3항 제6호는 위와 같은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유사투자자문업을 영위한 자에 대하여 과태료의 처벌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한 주식의 자동매매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기본값 설정 등의 부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 법규상의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볼 수 있을 뿐이며, 이와 구별되는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인 ‘투자자문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유사투자자문업’이 아니라 ‘투자자문업’을 영위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