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의 판단
그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도1038 판결,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도2563 판결 등 참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며,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8도34 판결,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0. 5. 20. 00:30경 위 예수병원 방면으로 좌회전하면서 조향장치를 제대로 돌리지 못한 탓에 우측 앞바퀴 부분으로 위 다가교 우측 인도의 턱을 들이받았고 그 영향으로 조향장치가 밀리면서 중앙선 쪽으로 차의 방향이 바뀌고 그대로 직진한 결과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편 1차로의 3, 4번째(전주지방검찰청 마약수사주사보 G 작성의 수사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면 총 연장 75m 다리 중 10 내지 20m 지점으로 추정됨)에 정차하고 있던 이 사건 카스타 승합차의 좌측 뒤 휀다 및 범퍼 부분을 충격한 사실, 이어 피고인은 아무런 말이나 신호도 없이 차를 후진시켰다가 전진시켰는데, 반대편 2차로 상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택시운전사 H는 피고인이 도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U턴하여 다가교 끝 부분에서 피고인 차량을 막아섰고 동시에 피고인 차량도 위 다가교 끝 부분(전주지방검찰청 마약수사주사보 G 작성의 수사보고서, 경찰작성의 실황조사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총 연장 75m의 다리 중 55m 내지 65m 지점으로 추정됨)의 2차로의 인도 옆 맨 가장자리에 정차한 사실, 이후 피고인은 차에서 내려 자신의 신분을 밝히거나 피해자들에게 사상자가 있는지 여부 등을 물어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나는 책임보험만 들었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고 하면서 욕설을 하는 등 피해자들과 다투었고, 그 사이 112신고를 받고 00:40경에 출동한 경찰에 의하여 피고인은 중부경찰서로 연행되었으며, 피해자들은 출동한 병원 구급차에 의하여 I정형외과로 각 후송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비록 피고인이 사고 직후 곧바로 정차하지 아니하고 약 3∼40m 앞에 정차하였고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연락처 등을 교부하거나 적극적으로 상해를 입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문의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사고 후 운전하여 간 거리가 술취한 운전자가 1차로에서 2차로의 가장자리에 주차시키는 데 통상 필요하리라고 생각되는 정도를 크게 넘지 않는 점, 만약 피고인이 도주할 의사였다면 H에게 잡히기 전에 이미 다가교를 벗어났을 것으로 보이는 점, 빠른 속도로 도주하는 차를 잡기 위하여 그 차 바로 앞에 막아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므로 H가 피고인의 차를 막아설 때 필시 피고인의 차는 서행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차가 도로 2차로의 인도 옆 가장자리에 정차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여 도주하고,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정하는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그 밖에 달리 H 및 피해자들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