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살피건대,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에서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정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입법 취지와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입법 취지가 서로 다른 점, ‘교통’이란 원칙적으로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전제로 하는 용어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에 정한 ‘교통’은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조 제2호에 정한 ‘운행’보다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2390 판결 참조), 이는 위 “교통사고”의 정의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공통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도로교통법 제54조의 구호조치의무에 관하여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구호조치의무의 대상자인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자라고 함은 적어도 차량을 그 본래의 용도인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하여 운전하여 이동시키는 행위의 과정에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국한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이는위 도로교통법 제54조에서 구호조치의 대상자에게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도 부합한다), 피고인과공소외 1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실황조사서의 각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5~6분 전에 이미 편도 2차선 도로의 안전지대 오른 편에 위치한 포켓도로에 차량을 정차시키고, 시동과 라이트를 모두 꺼 놓은 상태였던 점(달리 피고인이 정차하였다가 차량을 재출발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②더욱이 위 정차한 위치 및 사고 당시의 도로 상황, 기상조건 및 시야 등에 비추어 정차된 피고인의 차량이 다른 차량의 도로통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상황이었던 점,
③실제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있어서도 상대방 차량의 운전자가 주취상태에서 과속단속 카메라를 피하여 비정상적인 운행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을 도로변에 정차된 상태에 두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아직 위 차량을 이용하여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한 행위로 나아갔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달리 어떠한 측면에서도 피고인이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였다고 볼 수 없고(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였음을 전제로 한 귀책사유 등에 관한 판단은 더 나아가 살펴 볼 것 없고, 검사가 들고 있는 대법원판례는 운전자가 차량의 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하였으나 다만, 그 업무상과실이 부정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과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적용할 선례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 결국 피고인에게는 도로교통법 상의 구호조치의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