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83조의 규정에도 없는 별도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이끌어 내게 된 것은, 사실심 법관의 사실인정이 명백한 증거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독단이나 자의의 정도에 이른 것인지 불분명하고, 실질적으로 사실심법원의 전권으로서 사실문제를 다투는 것에 불과한 사유를 법령위반에 관한 적법한 상고이유로 취급하여, 상고심이 심리하여야 할 사건의 범위를 불필요하게 확대시킴으로써 법률심인 상고심의 본래적 기능이 저해될 우려가 생기자 이를 막기 위한 데에 기인하는 면이 있다.
본래 사실인정의 토대인 증거의 취사선택 및 증명력에 대한 평가는 사실심의 전권으로서, 사실심의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그것만으로 바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가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령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원심의 구체적인 논리법칙 위반이나 경험법칙 위반의 점 등을 지적하지 아니한 채 단지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만을 다투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오인의 주장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175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대법원은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더라도 범죄사실이 인정되는지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야 하고,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령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취급해 왔다(대법원 1954. 10. 5. 선고 4287형상135 판결, 대법원 1984. 5. 29. 선고 84도554 판결, 대법원 1995. 5. 9. 선고 95도5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도17869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만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는데도, 대법원은 위와 같은 중한 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위의 법리를 적용하여 왔다.
대법원이 위와 같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사실의 인정은 본래 사실심의 전권이고 대법원은 법률심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최종심인 대법원이 사실심의 사실오인으로 인한 잘못된 결론을 못 본 척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현실적 요청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제308조의2), 임의성 없는 자백의 배제(제309조), 자백에 대한 보강법칙(제310조), 전문법칙 및 그 예외(제310조의2 내지 제316조) 등과 같이 구체적인 증거법규정에 관한 법령위반의 경위와 근거를 특정하지 않은 채 막연히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인용하면서 심증 형성의 토대가 된 증거의 신빙성 판단을 잘못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다는 취지의 법령위반에 관한 주장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불리한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가급적 항소심의 사실인정까지도 다투어 보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사실문제에 관한 것이지 법률문제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 특히 피고인이 항소심에서는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지 않다가 불리한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자 상고하면서 상고이유에서 비로소 이를 주장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를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에 해당하는 적법한 상고이유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경우를 법령위반의 상고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앞서 본 것과 같은 심급제도하에서 순수한 법률심으로 설정된 대법원의 기능 및 역할, 형사소송법 제383조의 문언과 입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고 무용한 상고를 조장함으로써 상고심의 사건 처리에 관한 부담을 과중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법원으로서는 종래의 잘못된 판례와 실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제한하는 별도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83조 각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사유인지를 엄격히 가림으로써 상고심을 법률심으로서 충실하게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도이다. 그렇지 않고 사실인정 문제에 불과한 경우를 적법한 상고이유로 보면서 법령위반에 관한 사유라도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사항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