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 임금·퇴직금 미청산의 점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펴본다.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줄여 쓴다) 제30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법 제109조에서 법 제30조에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었으며, 한편 구 근로기준법시행령(1997. 3. 27. 대통령령 제153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 줄여 쓴다) 제12조는 "법 제30조 단서의 규정에 의한 기일연장은 3월을 초과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 제30조 단서에서 임금·퇴직금 청산기일의 연장합의의 한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제12조에 의하여 법 제30조 단서에 따른 기일연장을 3월 이내로 제한한 것은 시행령 제12조가 법 제30조 단서의 내용을 변경하고 법 제109조와 결합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인바, 이와 같이 법률이 정한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내용의 법규는 법률이나 법률의 구체적 위임에 의한 명령 등에 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모법의 위임에 의하지 아니한 시행령 제12조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인 근로자들은 1995. 6. 13.경 피해자들의 1995. 6. 1.부터 같은 달 13.까지의 임금과 퇴직금을 사업체 소유의 토지와 건물 및 기계 등의 경매절차에서 지급받기로 합의한 바 있고, 실제로 피해자들은 1997. 3.경 위 경매절차의 경락대금에서 미지급된 임금과 퇴직금을 전액 청산받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청산기일의 연장합의를 한 이상, 기일연장의 합의가 3월을 초과하였는지에 관계없이 법 제30조 단서에 의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위 임금·퇴직금 미청산의 점을 유죄라고 판단한 것은 필경 법 제30조 단서에 의하여 유효한 기일연장의 합의는 시행령 제12조에 정한 3월 이내로 제한됨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 법과 시행령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