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법이 독일형법과 같이 사자의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을 더하여 보면, 업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것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 의료법위반죄에 대하여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되지만,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도 가능한 문언의 의미 내에서 당해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그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그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등 참조). 한편 형벌법규에서 ‘타인’이 반드시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예컨대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문서위조죄에 있어서 ‘타인의 문서’에는 이미 사망한 자의 명의로 작성된 문서도 포함된다(대법원 2005. 2. 24. 선고 2002도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제1조), 의료법은 의료인에 관해 규정하는 제2장 중 제1절에서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 의료인이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구 의료법 제19조) 역시 위와 같은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에 관한 규정의 하나로 되어 있고, 이를 위반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구 의료법 제88조). 이처럼 형법상 업무상비밀누설죄가 개인적 법익에 관한 규정인 것과 달리, 구 의료법 제19조가 의료인의 비밀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단지 환자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의료인의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보호 및 증진이라는 사회적 법익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환자가 사망하였다고 하여 그에 대하여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의사에게 다른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을 통한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기대할 수 없음은 명백하므로, 환자 사망 후의 비밀누설 행위 역시 여전히 의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은 의료인이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같은 조 제2항 제3호에서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친족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에만 기록 열람 내지 사본 교부가 예외적으로 가능하도록 규정하였고, 의료인이 이에 위반한 때에는 의료인의 비밀누설행위와 동일하게 구 의료법 제88조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면서 마찬가지로 친고죄로 규정하였는바, 위 처벌규정과의 형평 차원에서도 구 의료법 제19조 소정의 ‘다른 사람’에는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피해자의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 2009.경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인 수술을 한 사실 및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한 이상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내지 발표 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게시한 것은 피고인의 진료 행위에 대한 국민적 억측과 오해를 해명하고, 부당한 비난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어서 정당방위 또는 긴급피난에 해당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하고,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의료법의 규정에 반하여 피해자의 비밀을 누설 내지 발표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긴급성, 보충성과 같은 요건까지 갖추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거나, 그러한 비밀 누설 내지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