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⑴ 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마약류관리법’이라고 한다)은 마약류취급자 중 하나인 마약류취급의료업자를 의료기관에서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로서 의료 목적으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이하 ‘마약 등’이라고 한다)을 투약 또는 투약하기 위하여 교부하거나 마약 등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부하는 자라고 정하고(제2조 제6호 자목), 나아가 마약류취급자는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하여 마약 등을 투약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제1항,제4조 제1항 본문).
그런데의사가 자신의 질병을 직접 진찰하고 투약·치료하는 것이라고 하여 이를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없고, 구 의료법이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아니하다. 나아가 구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 등의 취급·관리를 적정히 함으로써 그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제1조), 이 또한 마약류취급자인 의사가 자신에 대한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 등을 투약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있는 이상, 의사가 마약 등을 오용이나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 기타 의료 목적으로 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투약 등을 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의사 자신에 대한 마약 등의 투약이 의료 목적으로 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 처방전이 의사 자신이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것으로 발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처방전 발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한 투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⑵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피고인은 ‘비기질적 불면증’을 이유로 자신에 대하여 처방전을 발부하고서,
①2007. 12. 21. 향정신성의약품인 라제팜정과 트리람정 30일분을 처방하여 투약하였고,
②2008. 1. 21. 향정신성의약품인 라제팜정, 졸피람정, 트리람정 및 디아제팜정 15일분을 처방하여 투약하였으며,
③2008. 2. 2. 향정신성의약품인 라제팜정, 졸피람정 및 트리람정 30일분, 향정신성의약품인 디아제팜정 15일분을 처방하여 투약하였고,
④2008. 4. 1. 향정신성의약품인 라제팜정, 졸피람정, 트리람정, 알프람정 및 로라반정 28일분을 처방하여 투약하였으며,
⑤한편 2008. 5. 10.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닌 약품만을 처방하여 투약하였고,
⑥2008. 8. 21. 다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람정 28일분을 처방하여 투약하였다.
㈏ 이후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직원인공소외인에 대한 처방전 발부를 통하여,
①2008. 10. 23.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람정과 라제팜정 30일분을 처방하여 투약하였고,
②2009. 2. 24. 향정신성의약품인 알프람정 30일분을 처방하여 투약하였다.
㈐ 그러나 그때부터 피고인에 대하여 경찰 내사가 착수된 2009. 8. 20.경까지 피고인이나공소외인에 대하여 향정신성의약품에 관한 처방전이 발부된 적이 없었다.
⑶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거나 기록상 추가적으로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마약류취급자인 피고인이공소외인에 대한 처방전 발부를 통하여 향정신성의약품을 자신에게 투약한 것이 피고인이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질적 불면증의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거나 그 치료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①피고인이 2007년 12월경부터 2008년 8월경까지 기질성 불면증을 이유로 정식으로 자신에 대하여 처방전을 발부하여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여 오고 있었다.
②피고인이 자신이나공소외인에 대한 처방전 발부를 통하여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함에 있어 자신 명의로의 처방기간과공소외인 명의로의 처방기간이 서로 겹치지 아니하여 피고인이 각 처방에서 정하여진 1일 처방량 이상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으려고 하지는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피고인의 전체 투약기간이 2007년 12월경부터 2009년 2월경까지로 짧지 아니한 기간이기는 하나, 각 처방일시와 처방량을 고려할 때 그 기간 중간에 수개월 동안 투약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고(
㉠2008. 4. 1.자 28일분 처방 이후부터 2008. 8. 21.자 28일분 처방 전까지 기간 중 약 3개월,
㉡2008. 8. 21.자 28일분 처방 이후부터 공소가 제기된 2008. 10. 23.자 30일분 처방 전까지 기간 중 약 1개월,
㉢2008. 10. 23.자 30일분 처방 이후부터 공소가 제기된 2009. 2. 24.자 30일분 처방 전까지 기간 중 약 3개월), 2008. 8. 21.자 처방 이후부터는 처방 대상 향정신성의약품의 종류 수가 전보다 상당히 줄어들었다.
④공소가 제기된 2009. 2. 24.자 30일분 처방이 이루어진 후부터 피고인에 대하여 내사가 착수된 2009. 8. 20.까지 약 5개월 동안 피고인이 자신이나공소외인에 대한 처방전 발부를 통하여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적이 없었다.
⑤기록상 피고인이공소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처방전 발부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였다거나, 피고인이 자신이나공소외인에 대한 처방전 발부로 투약하여 온 향정신성의약품이나 그 투약량이 의학적으로 피고인이 종전부터 자신에 대한 처방전에서 증상으로 명시하였던 기질적 불면증의 치료와 무관하다거나 그 치료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다.
⑷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구 마약류관리법 제5조 제1항이 정한 마약류취급자의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한 투약 등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