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앞서 나. 중 제1), 3), 4)항에서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이 사건 산업현장은 수많은 근로자가 동시에 투입되고, 다수의 대형 장비가 수시로 이동 작업을 수행하며 육중한 철골 구조물이 블록을 형성하여 선체에 조립되는 공정이 필수적이어서 대형 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이용되고, 사업장 내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포함하여 과거 여러 차례 다양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전력이 있는 대규모 조선소이다. 이러한 사업장의 특성을 토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과 구 시행규칙 및 개별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취지 등을 살펴보면, 사업주인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에게는 해당 규정에 따라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즉,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제2항은 사업주로 하여금 기계, 기구,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설비 혹은 불량한 작업방법으로 인한 위험의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제29조 제3항, 구 시행규칙 제30조 제4항에서는 크레인 등 양중기에 의한 충돌 등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장소에서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특별히 명시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 2개월 전 거제조선소 8안벽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크롤러 크레인 보조 붐을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이 사건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크레인 간 충돌 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수범자인 사업주로서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의 안전조치를 보강함으로써 크레인 간 충돌에 따른 대형 안전사고의 발생을 예방할 의무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구 안전보건규칙의 해당 조항 중 아래의 각 조항 역시 사업주인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에게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가)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 및 [별표 4]
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 및 [별표 4] 제1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추락위험, 낙하위험, 전도위험, 협착위험, 붕괴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크레인 등을 이용한 중량물 취급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 각종 사고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규정에서는 이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장의 상태 등을 사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며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에 더하여 앞서 본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중량물의 취급을 위해 다수의 크레인을 동시에 투입하여 중첩작업을 함에 따른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까지 작업계획서에 포함하여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할 의무가 부과되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은 이 사건 당시 작성한 작업계획서에 크레인 간 충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전조치를 포함하지 아니하였다.
나)구 안전보건규칙 제40조 제1항 제1호
구 안전보건규칙 제40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주는 크레인 등 양중기를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앞서 본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양중기 이용 작업과 관련하여 구 안전보건규칙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예정한 안전사고 중에는 다수 크레인의 중첩작업에 따른 크레인 충돌 사고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본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 및 이 사건과 유사한 안전사고 전력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이 정한 일정한 신호방법에는 크레인 중첩작업에 따른 충돌 사고 방지를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크레인별로 신호수를 분산 배치하고 신호수들의 신호방법을 정하여 둘 뿐만 아니라 통합신호수를 두어 통합신호수를 통하여 각 신호수들이 신호대로 이행하였음을 확인한 후 작업하도록 하거나 신호수가 신호한 후에 상대방 크레인의 안전조치 이행을 확인하고 나서 다음 작업 단계로 이동하도록 하는 신호방법을 명시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이와 달리 크레인의 단독 작업에 따르는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사고 이후 피고인 3 회사가 취한 보완조치를 보더라도 그와 같은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상 불합리하거나 무리한 의무의 부과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크레인신호규정에 의한 일반적인 신호방법’ 및 ‘골리앗 크레인의 신호수와 지브 크레인 운전수 간에 무전 연락이 가능했던 점’을 제외하고는 크레인 중첩작업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신호조정 방법을 별도로 정하지 아니하였다.
다)구 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
구 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는 개별 사업장의 규모,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 작업에 사용되는 물체의 제원 등을 고려하여 작업장별로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위 규정에서 출입금지구역의 설치 반경이나 범위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거나 위험 방지 조치를 개별적으로 열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에게 해당 의무가 부과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및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규정은 이 사건 크레인 중첩작업 당시 사업주가 취하였어야 할 안전조치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사업주가 앞서 본 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 [별표 4]에 따른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 및 구 안전보건규칙 제40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할 의무 등과 같이 크레인 간 중첩작업으로 인한 대형 사고의 위험 방지를 위하여 사업주에게 마땅히 요구되고 기대되는 직접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라도 구 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에 따른 출입금지구역 설정 등 보완적 조치 의무가 구체적으로 발생ㆍ부과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은 위 규정에 따라 이 사건 골리앗 크레인과 이 사건 지브 크레인의 각 단독 작업으로 인하여 물체의 낙하 위험이 있는 구역뿐만 아니라 크레인 간 중첩작업으로 인하여 충돌 및 물체의 낙하 위험 있는 구역에 해당하는 P모듈 상부의 일정 구역에 대하여는 일정한 시간 동안이라도 출입 금지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구체적인 의무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위 피고인들은 이에 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1과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위 나. 중 제1), 3), 4)항 기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부분의 원심판결에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및 같은 법 제29조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의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