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입법·행정·사법의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최고규범이므로, 법원은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최고규범인 헌법과 조화롭게 해석하여야만 한다. 헌법 제103조도 법관으로 하여금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 따라야 할 우선적 규범이 헌법임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경우 법관으로서는 우선적으로 그 법률조항의 문언과 목적에 비추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 법률해석을 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한편 입법자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지에 대하여 무제한적인 입법형성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므로,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에 대한 형벌을 상호 비교할 때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2009. 2. 26. 2008헌바9, 43 결정 등 참조). 여기에서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이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2006. 6. 29. 선고 2006헌가7 결정, 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5헌바225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헌법 원리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규정에 비추어, 국민이 여러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음에 있어 그 죄들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받는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우의 처벌이 달라진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죄질과 보호법익이 같은 범죄를 달리 처벌하는 것이 되므로, 이 또한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헌법의 기본원리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다수의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을 그 범죄들 사이에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확정판결이 있는지 여부, 즉 동시에 재판받는지 아니면 이시(異時)에 재판받는지에 따라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이하 ‘동시적 경합범’이라 한다)과 후단 경합범(이하 ‘사후적 경합범’이라 한다)으로 구분하여 규정하면서 그 처벌에 관하여 서로 다른 조문을 두고 있다.
동시적 경합범 즉,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로서 동시에 판결하여야 하는 경우의 처벌에 관하여는 형법 제38조에 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흡수주의), 각 죄에 정한 형이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이종의 형인 때에는 병과하며(병과주의),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 범위 내에서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하게 된다(제한적 가중주의). 이에 따라 제한적 가중주의가 적용되는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을 받는 각 죄는 양형 시 형이 하나로 정해지는 관계로 그 죄수가 많아질수록 각각의 죄에 대하여 이루어졌다고 평가되는 양형은 각 죄의 법정형과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인 강도상해죄에서 10개의 유사한 강도상해죄를 저질러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 받는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된 경우 각각의 강도상해죄에 대하여는 실질적으로 징역 1년 미만의 형이 선고되었다고 평가되게 된다.
반면, 사후적 경합범 즉, 판결이 확정된 죄 이전에 범한 죄로서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의 처벌에 관하여는 형법 제38조가 아닌 제39조 제1항이 적용되는데, 이에 따르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되, 법원은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 사건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경우(이하 2.다. 항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로 한정한다)에도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필요시 그 형의 감경 또는 면제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받을 때와의 형평을 꾀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사후적 경합범의 처벌 시 형평을 위해 형을 감경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게 되면, 법원은 각 죄에 정한 형기 또는 금액의 2분의 1까지만 감경할 수 있다는 감경 범위의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감경 범위의 제한을 받아들이게 되면, ‘형의 단기 또는 하한이 정해져 있는 죄를 범한 피고인들의 경우’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시에 처벌하는 때와 다른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사후적 경합범이 형의 단기 또는 하한이 정해져 있는 죄인 경우, 사후적 경합범에 해당하는 죄에 대한 적정한 양형이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할 때 형을 면제할 정도는 아니고 감경된 법정형의 하한에는 못 미치는 범위 내에 있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그 하한을 2분의 1 감경한 형(작량감경 등 다른 감경사유도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감경까지 거듭하여 한 형)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앞서 본 바와 같은 강도상해죄 사안에서 1개의 강도상해죄가 사후적 경합범으로 추가 기소되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징역 3년 6월(작량감경까지 하는 경우 1년 9개월) 이상의 징역(경우에 따라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본형은 위와 같이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하여야 하고, 이 사건과 같이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죄가 사후적 경합범으로 기소될 경우에는 징역 2년 6월(작량감경까지 하는 경우 1년 3개월)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하여야만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기소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추가적인 형의 선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때 법원이 감경된 형의 하한을 선택하게 되면(법정형의 하한이 있는 범죄의 경우 중죄가 대부분이므로 법관으로서는 그 처벌을 면제하기 어렵다는 면에서 사실상 이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고인으로서는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받았을 때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법원이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형을 면제할 경우에는 피고인은 동시에 처벌받을 경우보다 유리한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이는 동시에 처벌받은 다른 피고인이 더 불이익을 보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피고인들은 자신에 대한 사건이 순차로 분리 기소되는 경우, 먼저 기소된 사건의 심리가 대부분 마무리되었거나 심지어 항소심에 있음에도 사후적 경합범으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뒤늦게 기소되는 사건과 병합해 판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을 감경함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적용설을 취하는 경우, 사후적 경합범이 법정형 하한이 규정된 죄인 경우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받는 경우와 사이에 처벌 범위와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차이는 앞서 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신구속을 당하거나 벌금을 내야 하는 피고인에게 있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차별이 형벌체계상 형평에 맞는 것이라거나 불가피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어느 경우로 처벌받을 것인지 여부는 피고인의 선택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언제 어떻게 공소제기 하는지에 따라, 즉 검사의 선택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차별은 합리적이라거나 불가피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 뿐 아니라 평등원칙에 반하고, 책임주의에도 반하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한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할 경우에는 법관이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형을 정할 수 있었던 범죄에 대하여 검사가 사후적 경합범으로 기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형의 면제부터 감경된 하한의 형 범위 사이의 형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검사의 기소 방식에 따라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되어 위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위와 같은 법률 또는 해석이 사후적 경합범으로 재판받을 때보다 동시적 경합범으로 재판받을 때 더 유리하도록 형사법체계를 해석하거나 운용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한 번 수사 또는 재판받는 기회에 그동안 저지른 범죄를 모두 진술하여 동시에 재판받도록 피고인을 사실상 압박하고자 하는 취지라면 이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위헌성은 형법과 형사 특별법에 법정형의 하한이 매우 높게 설정된 범죄가 많고, 과거보다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최근의 우리 법제 현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따라서 사후적 경합범이 법정형의 하한이 있는 죄인 경우 적용설을 취하는 것은 헌법에 부합한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그러한 위헌성이 나타나지 않는 비적용설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