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검사는 피고인 1에 대하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이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경찰서 경비계장이 해산명령을 내렸고, 피고인 1 등 집회참가자들이 위 해산명령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24조 제5호를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고 있다.
같은 법 제6조 제1항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22조 제2항에 의하여 형사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법 제20조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미신고집회에 대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제24조 제5호는 그러한 해산명령에 응하지 아니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고도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헌법상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 제2항).
집시법 제6조 제1항이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집시법에 표현되어 있는 협력의 원리의 하나이다. 즉, 집회의 주최자, 주관자, 질서유지인과 국가기관 사이에는 협력의 의무가 존재하고, 이러한 협력의 의무를 위한 중심적 수단이 바로 신고의무이다. 신고의무는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집회와 공공의 안전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신고의무를 게을리한 자에게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7헌바22 전원재판부 결정).
그러나 그러한 신고의무제도는 결코 허가제를 창설한 것이 아니며, 신고의무의 이행으로 비로소 집회의 자유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만약 위 집시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을 그와 같이 해석한다면, 이는 명백하게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신고의무불이행만으로 해산명령의 사유가 되고, 그 해산명령에 불응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집시법 제24조 제5호, 제20조 제2항, 제1항 제2호 역시 위헌의 의심이 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의 규정이 다의적이어서 한편에서는 합헌인 해석을, 다른 한편에 있어서는 위헌인 해석을 다 같이 가능케 한다면 법관은 헌법과 합치하는 해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 즉, 위와 같이 위헌의 의심이 있는 집시법 제24조 제5호는 그 자체로 의미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고, 합헌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고려되고, 위험방지를 위한 부담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공공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해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신고를 해태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자동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시법 제8조가 정하고 있는 예방적 금지 역시 공공의 안전에 대한 직접적 위태화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위험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후적 해산은 의미가 없고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신고의 범위를 일탈한 집회에 대하여 곧바로 당해 옥외집회나 시위를 해산하거나 저지하여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 비로소 그 위험의 방지·제거에 적합한 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되, 그 조치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10. 9. 선고 98다20929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취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취지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공권력의 행위는 집시법에서 규정하는 집회의 금지, 해산과 조건부 허용이다.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며,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8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미신고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을 규정한 독일 집시법 제15조 제2항의 해석에 관하여, 「신고되지 않았거나 신고사항을 일탈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공공의 안전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부가하면서, 불신고에 의하여 야기된 정보지체는 해산시킬 옥외집회나 시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의 평가(재량)의 영역에서 고려되어질 수 있으나, 신고하지 않은 집회가 그 자체로 위험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자동적으로 바로 이를 금지하거나 해산을 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1985. 5. 14.자 결정, BVerfGE 69, 315/351/352), 우리 법을 해석하는 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가 별다른 부가요건 없이 미신고집회에 대하여 바로 해산을 명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으나, 같은 항 제3호에 준하여 교통소통 등 질서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집회 또는 시위에 한하여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한정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시위진압에 참여한 의무경찰인 공소외 16, 공소외 17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 1이 참가한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는 참가인원이 20여 명에 불과하였고, 구호를 외친 것 외에 아무런 폭력이나 물리력이 동원되지 않았으며, 이들의 집회 또는 시위가 인도를 벗어나 차량의 교통을 방해하지도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청와대 민원실에 민원서류를 접수하는 것은 국민이 누리는 청원권의 한 내용이며, 민원서류접수를 위한 이동은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내용에 포함되기도 한다. 집회참가인원들의 행진이 시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기본권에 해당하므로, 공권력은 질서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통제를 실시하면서, 이들의 기본권행사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검사는 ‘전교조 지휘부는 집회 후 청와대까지 가두농성을 벌이기로 사전에 계획하였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연행될 것, 그리고 처벌받을 것’까지 예상하고 있었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참가자들이 경찰에 극렬하게 저항하면서 집회를 개최하였던 것이며, 따라서 해산명령의 불가피성을 갖추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당시의 정황을 고려할 때 집회참가자들이 경찰에 극렬하게 저항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나아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발생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검사가 들고 있는 위험성, 즉 집회참가자들이 청와대까지 가두농성을 벌이기로 하였고, 당연히 연행될 것과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할 수도 없거니와 그러한 계획이 현실로 발현되지 아니한 이상 잠재적, 추상적 위험에 불과하여 해산명령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이들의 행진을 막아서 집회 및 시위를 봉쇄한 경찰권의 행사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과잉대응인 것으로 지적될 수 있을 뿐이다.
즉, 관할 경찰관서장은 피고인 1을 비롯한 집회참가자들의 평화적 시위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만을 들어 이들에게 해산명령을 하였으니, 그 해산명령은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해산명령에 응하지 아니한 행위는 당연히 위법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인 1의 나머지 변소를 따로 판단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 1에 대한 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각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점, 해산명령 불응에 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은 각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각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에 의하여 위 각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