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서 생산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당해 상품의 객관적인 성질, 이용형태 및 상표법의 규정취지와 상표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 3445 판결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와 같은 상표법위반죄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결국 이 사건 상표법위반죄가 성립하는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진정한 트럼프를 구입한 후 위 트럼프에 특수 염료를 입힌 것을 원래의 진정한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한 경우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인바, 이 사건 상표법위반의 점에 관한 해당 산품인 트럼프의 객관적인 성질, 이용형태 및 상표법의 규정취지와 상표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트럼프는 카드라고도 하는데, 보통 한쪽 면에 스페이드(spade:♠), 하트(heart:♥), 다이아몬드(diamond:◆), 클럽(club:♣)의 4가지 중 한 마크와 숫자 또는 알파벳이 붙어 있고, 다른 한쪽 면은 같은 무늬로 되어 있는 52장의 카드와 1, 2장의 조커(joker, 역시 한쪽 면은 다른 카드와 같은 무늬로 되어 있다)가 1벌로 되어 있고, 이를 이용하여 일정한 규칙에 따라 놀이를 할 수 있는 도구로서, 트럼프의 각 낱장은 그 마크와 숫자 또는 알파벳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그 놀이에서 특정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트럼프 놀이에서 참가자는 특정 마크가 붙어 있는 쪽을 자신을 향하게 두어 다른 놀이 참가자들이 자신의 트럼프를 알 수 없도록 한다. 즉, 트럼프는 특정한 마크 등이 찍힌 면을 이용하여 각 트럼프의 낱장을 구분하고, 동일한 무늬가 찍힌 면을 이용하여서는 자신이 가진 트럼프가 어떠한 마크와 숫자 또는 알파벳이 찍혀 있는 것인지를 숨길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것이며, 일반인은 진정하게 성립한 트럼프일 경우 위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신뢰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상표는 어느 특정한 영업주체의 상품을 표창하는 것으로서 그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함으로써 그 상품의 품위 및 성질을 보증하는 작용을 하며, 상표법이 등록상표권에 대하여 상표 사용의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제3자에 의한 지정상품 또는 유사상품에 대하여 동일 또는 유사상표의 사용에 의하여 당해 등록상표가 가지는 출처표시작용 및 품질보증작용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고, 상표법은 이와 같이 상표의 출처식별 및 품질보증의 각 기능을 보호함으로써 당해 상표의 사용에 의하여 축조된 상표권자의 기업신뢰이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유통질서를 유지하며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하여 수요자가 요구하는 일정한 품질의 상품구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대법원 1995.11.7. 선고 94도328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트럼프의 성질과 기능, 이용형태, 상표법의 규정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진정한 트럼프의 뒷면에 색약보정용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식별할 수 있는 특수한 형광물질을 이용하여 아라비아 숫자, 영문, 특수기호 등을 표시한 행위는, 비록 육안으로는 그 표시를 식별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이 특수한 형광물질을 표시한 트럼프는 트럼프가 갖추어야 하는 필수적 기능, 즉, 동일한 무늬가 찍힌 면을 보고서는 그 트럼프가 어떠한 마크와 숫자 또는 알파벳이 찍혀 있는 것인지를 알아낼 수 없는 기능을 상실하여 이 사건 상표권자들이 애초에 생산한 트럼프의 성질과 그 트럼프에 대한 일반인이 예상하는 품질 등과는 전혀 다른 성질과 품질을 가진 상품이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행위는 단순한 가공이나 수리의 범위를 넘어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본래의 품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인공소외 2,공소외 3 주식회사는 여전히 위 트럼프에 대하여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피고인 4의 행위는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